오늘 아침에는 기억 속에서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쑥국을 먹게 되었다. 너무나 향긋하고 맛있어서 단숨에 밥을 잘 먹었다. 쑥국에 들어있는 다슬기도 오랫만에 맛보는 것이어서 엊어버렸던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 음식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정말 맛없는 음식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쑥국에서 느끼져는 흙냄새, 건강한 자연의 힘, 어린 시절의 추억 등이 주마등 처럼 지나가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쑥은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였다. 나의 고향은 부산 구포역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내가 살던 60년대 중반만 해도 구포는 부산에서 아주 외진 곳이었다. 내가 살던 집은 야시(경상도 사투리로 '여우'를 뜻함) 고개를 넘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야산의 중턱이었단. 이곳은 구포역에서 사상으로 가는 첫 야산(왼쪽 방향, 오른쪽은 낙동강)이었고, 철길 아래 굴다리를 지나 어느 정도 가다보면 있는 곳이었다.
재작년(2005년)에 30년 만에 혹시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까하여 살던 곳을 찾아가 보았는데, 어린 시절의 흔적은 자취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뛰어놀던 야산은 모두 깍이어져 평지가 되었고, 시골 풍경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마음 한 구석에 씁씁한 느낌을 갖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고 마음의 고향을 그리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우울하게 한다. 이런 느낌이 들 때는 'Gloomy Sunday'를 들어면 조금은 위로가 될까....
아마도 이곳에서 7살까지 살았던 같다. 봄만 되면 나는 어머님이 아침마다 만들어 주시는 쑥물을 먹어야 했다. 지금은 쑥물하면 웰빙식품으로 생각되지만 어린 시절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먹어야만 했던 고역스러운(?) 음식이었다. 덕분에 웬만히 쓴 한약이나 음식들은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쑥물 뿐만 아니라 쑥버머리(경상도 사투리, 쑥에 밀가루를 입혀 빵처럼 찐 것)을 식사나 간식 대용으로 먹을 때가 많았었다. 그 때는 어찌나 배가 고픈 시절이었는 지 무엇이든지 먹고 나면 금방 배고팠던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았다.
오늘은 쑥국을 먹고 기분이 너무 좋다!(Feel so good!).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도서관 뒤에 위치한 운동장을 산책하고 다시 도서관에 가서 파워포인트와 엑셀의 매크로와 VBA에 관련된 책을 빌려왔다. 며칠동안 다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그저 책의 표지만 봐도 즐겁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쑥에 다슬기가 들어간 된장국을 드시면서 고향생각을 해보시면 행복한 하루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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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8 20:19
향긋한 쑥국을 먹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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